북한이 진행 중인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당 총비서로 재선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월요일 보도했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에서 핵 억제력 강화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한국과 미국을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2일 노동당 9차 대회 4일차 회의에서 김 위원장을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한다는 결정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당 대회 나흘째인 일요일 이뤄졌다. 북한 노동당 규약은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에서 '당을 대표하며 전당을 조직 영도'하는 총비서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총비서의 당 최고 지위는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제1비서에서 위원장으로,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다시 총비서로 변경됐는데 이번에는 기존 직함을 유지했다.
북한은 당대회 결정서에서 이번 재선출을 김 위원장의 지도력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규정하며, 특히 군사력과 핵 능력 강화 성과를 부각했다. 결정서는 김 위원장이 '새시대 5대 당 건설 노선'을 제시하고 그 관철을 이끌어 당의 정치적 역량과 조직적·사상적 기반을 강화했다고 명시했다. 자립경제 발전 방침 아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행하고, 건설혁명을 통해 경제·문화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물질적 토대를 구축했다는 점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이 지방과 농촌 발전 정책을 본격화해 국가 전반의 면모를 변화시켰다고도 했다.
국방 분야의 업적도 강조했다. 결정서는 "어떤 침략위협에도 주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만반으로 준비된 혁명적 무장력을 건설했다"며 "역사의 준엄한 도전 속에서도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나라의 전쟁억제력이 비약적으로 제고됐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핵무력 건설을 이끌었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 발전을 이뤘다는 점을 재추대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이처럼 내부 결속과 핵 억제력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평양은 현재까지 워싱턴이나 서울을 직접 겨냥한 메시지는 내놓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이번 당 대회가 김 위원장의 지도력 강화와 대내 메시지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평가했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이번 당대회 주요 특징에 대해 “4일 차 보도 내용을 보면 대외 메시지와 회의 내용 공개가 최소화되고 있다”며 “당 인적 변환이 있었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개회사와 재선출 결정문, 리일환 당비서의 제안 모두 미국이나 한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당 규약 개정이 이뤄졌다고 전했지만, 남북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하는 입장이 공식화됐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아울러 "8차 당대회 이후 성과에 대한 낙관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와 같이 요란하게 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집중하는 실용적인 당대회"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양 교수는 북한이 당규약 개정을 통해 적대적 2국가를 명문화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하면서 "통일이나 민족 관련 조항을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방향으로 조항의 문장을 다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적대적 2국가론 삽입이 보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교수는 "김정은 체제가 '위기관리 모드'를 끝내고, 확신에 찬 '안정적 장기 집권 체제'로 진입했음을 선언했다"며 "이제 김정은은 선대의 유훈을 집행하는 자를 넘어, 스스로를 '새시대'를 창조하는 수령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한 북한이 핵 능력을 단순한 생존 수단이 아니라 국가 번영과 경제 중심 전략의 기반으로 재정립하려는 모습도 읽힌다고 덧붙였다.
대회에서는 지도부 개편도 단행됐다. 원로 세대를 퇴진시키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당을 재편하려는 인사 기조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번 당 중앙위원회 위원·후보위원 명단에서 핵심 원로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군부 핵심 인사인 박정천 당비서, 리병철 당 군수정책담당 총고문 등이 제외됐다. 이는 당 지도부의 세대교체와 함께 젊은 실무형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지도부 내 세대교체와 젊은 기술관료들의 부상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목요일 제9차 당 대회를 개막했다. 2021년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대회는 향후 5년간의 정책 우선순위를 담은 결정서를 채택하며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 재개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향후 평양이 어떤 대외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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